[K]Side.F_1

2013. 11. 13. 20:57 from 소설들/P패러디

고토를 만난건 아주 어릴적. 그러니까 초등학교 시절이었을거다. 그냥 길가에 세워진 벽인줄 알았던 곳이 어떤 사람의 집 담장인 것을 알았을때, 우리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 있다는것을 알았을 때쯤 그곳에 사람이 산다는 것도 저절로 깨닫게 되었다.

Posted by ::Hyeon:: :


어느날 갑자기 세건은 상큼한 후렌치 파이가 먹고 싶었다. 어차피 지금은 낮이었고 트레이닝도 마친 상태였다. 파인더 넷에는 쓸만한 정보는 떠다니지 않았다. 예전 월야의 세계에 입문하기 전, 학생이었던 시절 즐겨 먹었던 과자였다. 그 중에서도 애플 맛을 좋아했지. 그렇게 달지도 않았고 뒷말도 깔끔해서 좋아하던 과자였다. 조금 밀가루 맛이 나긴했지만.


 


 아까운 슈퍼마켓에 가는데 액토플라즘 마스크는 필요 없겠지? 세건은 간단히 외출할 채비를 마쳤다. 어차피 꽤 시간이 지났으니 미치광이 테러리스트가 속편히 걸어다니고 있다곤 생각 못할거야. 세건은 지갑을 챙겨넣고 밖으로 나섰다. 가 추워서 다시 들어왔다.


 


 이제 겨울 다 간 거 아니었어? 어제 비오더니 살인적이게 춥네? 세건은 투덜거리며 목도리를 했다. 그러면서 아르곤도 씹어주는 걸 잊지 않았다. 망할놈의 빈곤진마 주제에. 으득 살벌히 이갈리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닫혔다.


 


 세건은 그때까지만 해도 가벼운 산책정도 일것이라 생각했다.


 


 


 


 


 


 


 


 


 


[이사세건] 추운건 딱 질색


writer. 나카이르


To. 현


 


 


 


 


 


 


 


 


 


 


 훙훙 칼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세건은 작게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그냥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나온 거리가 아까워서라도 계속 슈퍼마켓을 향해 걸었다. 모자를 뒤집어 쓰고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고 몸을 움추려 봤자 바람이 불어 온기를 뺏어가기 일쑤였다. 이런, 시발.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후렌치 파이 사가지고 가고 만다. 오기가 발동했다.


 


 슈퍼마켓보다 마트가 더 가까워 세건은 주저하지 않고 마트에 들어갔다. 안에 공기는 따뜻했다. 세건은 몸이 따뜻해 지는 걸 느끼며 기분 좋게 웃었다. 후드를 젖히고 목도리를 느슨하게 풀렀다. 과자코너로 가면서 세건은 생각했다. 이 과자 하나 때문에 자신이 칼바람에 칼추위를 뚫고 왔다는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울컥, 한 세건은 바구니를 집어들었다.


 


 어차피 먹을것도 다 떨어져 나가 다시 채워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칼로리를 채워야 한다. 세건은 바구니를 내려놓고 밖에서 카트를 가지고 들어왔다. 좋아, 살 수 있는 만큼 사자. 돈이 딸리는 세건이 아니었기에 돈 걱정은 하지 않았다. 몇가지 과일과 과자들을 넣었다. 


 


 


   "어라. 비- 아니, 한세건?"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의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지만 세건은 잘못들었겠거니 하고 정육점 앞에 서서 생닭을 노려봤다. 갑자기 닭도리탕이 먹고 싶어졌다. 아니, 삼겹살도 좀 먹고 싶은데…세건은 입맛을 다셨지만 별 미련없이 카트를 끌고 냉동코너로 갔다.


 


 


   "이봐, 한세건!"


 


 


 그 소리로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게 된 세건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뒤돌아 녀석을 보지도, 대꾸도 하지 않았다. 뒤에 있던 사람이 성큼성큼 걸어와 세건의 앞에 섰다. 회색 머리카락에 적청의 오드아이. 외국인 주제에 한국말은 드럽게 잘하는 재수였다. 세건은 인상을 더 구겼지만 무시하며 아무생각 없이 물만두를 카트에 집어넣었다.


 


 


   "호오, 천하의 비스트가 냄비 앞에서 물만두를 끓이고 앉아 있다? 나 좀 구경하게 해주겠어?"


 


 


 마음 같아선 카트를 뒤집어 그 안에 녀석을 가둬버리고 싶었지만 장소도 장소였고 이 녀석의 얼굴은 주위의 이목을 끌어도 너무 끌었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망정이지 많았다면-. 생각도 하기 싫은 세건이었다.


 


 


   "이봐, 한세건. 대답 좀 해보라고."


 


 


 조금 풀이 죽은 목소리에 세건은 처음으로 이사카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봤다. 갑작스럽게 돌려지는 시선에 잠깐 흠칫한 이사카였지만 똑바로 눈을 마주봤다.


 


 


   "내가 개새끼하고 친하게 오랜만이네~ 하면서 살갑게 인사해야할 이유라도? 의무라도? 없으면 엿이나 쳐드시지."


   "그렇진 않아도 아는 척 정돈 해줄 수 있잖아."


 


 


 퉁명스레 말하며 고개를 살짝 돌리는 이사카를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다 세건은 카트를 끌고 계산대로 가버렸다. 황급히 자신이 살 목록을 체크하더니 이사카 역시 계산대로 갔다. 아르쥬나로 배달해 달라고 하며 세건을 뒤돌아보니 그도 배달할 생각인지 직원에게 집 주소를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곤 자동문에서 멀찍이 떨어져선 목도리를 질끈 묶고 후드를 쓰곤 나가버렸다. 


 


 추운 걸 정말 싫어한다고 말했던 마스터의 말이 맞았다. 그땐 죽어라 웃었는데 직접보니 귀여워 미치겠다. 잠시 이사카가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세건은 빠른 걸음으로 벌써 저만치 앞에 가고 있었다. 이사카는 황급히 그를 따라 나섰다. 


 


 


 


 


 


   "한세건. 비스트! 한세건?!"


 


 


 세건은 무시. 무시. 무시. 시종일관 무시했다. 말하려고 입을 열면 그나마 있던 온기도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그것만은 절대 사양이다. 그리고 어차피 거리엔 추워서 나와 있는 사람은 없다. 부를테면 부르라지. 하지만 거슬리는 건 말해야겠다. 세건은 뒤돌았다. 매서운 바람이 등을 때렸다.


 


 


   "개새끼야, 너 왜 자꾸 나 따라오냐?"


   "니 아지트가 목적지거든."


 


 


 아까전에 큰 소리치며 불렀을 때완 달리 여유넘치는 웃음을 입에 달며 도시락통을 눈 앞에 대고 흔들며 웃는 그 꼬락서니에 세건은 오작육부가 뒤집히는 기분을 맛보았다. 뭐? 하고 세건이 어이없게 반문하자 이사카는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세건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 시선이 기분 나빠 세건은 미간을 더욱 좁혔다.


 


 


   "아무리 춥다곤 하지만 추위에 뇌까지 얼어버린거냐, 한세건?"


 


 


 비아냥 거리는 이사카에 세건은 절로 주먹이 쥐어지며 부들부들 떨렸지만 상대는 능력을 잃었어도 리림. 힘으로 당해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세건은 자신이 참 참을성 많아졌다고 생각하며 획 뒤돌아 자신의 아지트로 향했다. 이사카는 말 없이 세건의 뒤를 따랐다. 그들이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마트의 배달차가 세건의 아지트에 도착했다. 넉살스레 아저씨가 이사카에게 인사했다.


 


 이사카가 자주 마트에 들려 안면을 익힌 사이인지 아사카도 별 무리없이 마주 인사했다. 세건은 그 모습을 보며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내 짐이나 들고와라."


 


 


 이사카가 반문할 새도 없이 아저씨가 이사카의 두 손에 묵직한 봉투를 들려주곤 인사를 하고 차를 몰아 저 멀리 사라졌다. 


 


 


 


 


 


 부엌 식탁에 짐을 내려 놓으며 이사카가 작게 투덜거렸다. 그리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척척 정리를 했다. 세건은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플렉스 메디칼의 젊은 총수가 화면에 잡혔다. 베, 베이…컨? 이었던가. 서린의 대타로 뛰는 녀석이?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하며 뉴스에 집중하고 있을 때 쯤 부엌에서 소리가 들렸다. 뭐지? 뺴꼼히 고개를 내밀고 보자 안에선 이사카가 앞치마를 입고 요리 중이었다.


 


 


   "너 뭐하냐?"


   "보다시피 요리 중이다만?"


 


 


 왜? 라고 물으려는 세건의 의도를 안건지 이사카는 세건이 말하기 전에 잽싸게 입을 놀렸다.


 


 


   "마스터의 명령- 아니, 부탁이다. 요리 해주고 너 밥먹는거 까지 보고 오란다. 혼자 먹으라고 하면 별로 먹지도 않는다고. 다 큰 사내새끼가 자기 먹는것도 제대로 못챙겨 먹고 말이야."


 


 


 이사카가 쯧 하고 혀를 찼다. 발끈! 한 세건이었지만 예민한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가 포착됫다.


 


 


   "뭐 만드냐?"


   "닭도리탕. 먹고 싶은거 아니었어?"


 


 


 …어떻게 알았지. 세건은 소파에 털석 주저 앉아 티비에 시선을 옮겼지만 정신은 벌써 이사카가 만들고 있는 닭도리탕에 가 있는 것 같았다. 오늘은 자신이 느껴도 평소때 자신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뭐 상관없나, 하며 소파에 몸을 묻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한세건, 밥 먹어."


 


 


 세건은 힐긋, 주방을 바라봤다. 그리곤 픽 하니 웃음을 흘렸다.


 그래, 가끔은 이것도…


 


 


   "맛없기만 해봐. 냄비를 면상에 쳐박아 주겠어."


 


 


 세건은 욱하며 이게! 거리는 이사카를 보며 킥킥 웃었다.


 


 


 


 


 


 


 


내가 썼지만 이건 뭐.........이야기 길게 질질 끌다가 나중에 대충 마무리 느낌()


엉엉 왜 이딴 글이 됫지 쓰기 시작할떈 뭔가 좀 멋진(?) 내용이었는데ㅜㅜㅜㅜ


그보다 세건이가 이사카 앞에서 닭도리탕을 먹는다닛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넹 후ㄹㅊ 파이 사실 제가 좋아하는거에요................()


 


전 걍 웃져........................


 


현 암쏘 쏘리 벗알러뷰 모얼모얼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소설들 > P패러디' 카테고리의 다른 글

[K]Side.F_1  (0) 2013.11.13
[쿠로바스][리퀘]From.빈김.AoKise  (0) 2013.06.19
[쿠로바스][리퀘]From.산쥬.AoKise  (0) 2013.06.19
[가히리][리퀘]From.묘밍.HibaTsuna  (0) 2013.06.19
[가히리][축전]To.PDPD.DinoHiba  (0) 2013.06.19
Posted by ::Hyeon:: :


키스데이




 평소처럼 1on1을 끝내고서 키세와 아오미네는 넓은 체육관 바닥에 널부러졌다, 방과후가 훨씬 지난 시간이라 아무도 없는 체육관은 매우 고요해서 서로가 몰아쉬는 숨소리밖에 들리지않았다. 그게 기분좋아서 키세는 살짝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일까 키세는 잠들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창밖을 쳐다보니 해가 완전히 져, 밖은 어둡기만 했다. 키세는 아오미네가 치사하게 자신을 내버려두고서는 가버린 모양이라며 투덜거리려 하였으나 키세의 시선 끝에 아직 잠들어 있는 아오미네가 걸렸다. 키세는 그제서야 아.. 하는 김빠지는 소리를 내고서는 아오미네에게 몸을 돌려 다가갔다. 언제나 날카롭던 눈매만 보다가 얌전하게 눈을 감고있는 아오미네를 보자 키세는 어쩐지 두근거리는 기분이 되어 살짝 그 눈꺼풀을 만져보았다. 그러자 속눈썹이 파르르 떨릴뿐 아무반응 없자 키세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몸에서 긴장을 풀었다 농구할때는 많이 부딪치지만 왠지 모르게 평상시에는 접촉을 허용하지 않는 아오미네기에 키세는 잠든사이에 슬쩍 만지는 것조차 꽤나 긴장했었다. 정신을 놓고 잠든 아오미네를 바라보던 키세는 그제서야 시간이 많이 늦었다는것을 기억해 낼수 있었다. 허겁지겁 아오미네를 흔들어 깨웠지만 아오미네는 괴상한 소리를 우물우물 늘어놓으며 다시 잠을 청할뿐이었다. 키세도 그런 아오미네를 어쩔수 없다는 듯 ' 그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오미넷치- ' 라고 말하고서는 끙차 하며 일어났다. 그리고 체육관 밖을 향해 걸어나갈 예정이었으나 계속 아오미네가 눈에 걸려서 결국 아오미네의 곁으로 주저 앉았다.




" 으...아오미넷치,일어나요 "

" ....... "





진짜 안일어나는겁니까.... 그러면.. 몰래 해도 됩니까? 


키세는 작게 중얼거리고선 아오미네의 감긴 눈꺼풀에 살짝 입을 맞추고서는 천천히 떨어졌다. 그리고 혼자서 얼굴이 새빨개져 두 손으로 가리더니 벌떡일어나 체육관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키세가 큰소리로 쿵쾅 거리며 나가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아오미네는 눈을 떴다. 키세가 입맞춘 쪽의 눈을 문지르는 것도 잊지않고서





-





아오미네는 옥상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오늘 아침 모모이에게서 들은 대답이 떠올랐다.


' 눈꺼풀에 키스라... 그건 동경한다는 의미야.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거야? '


동경... 키세가 자신을 동경한다는 건 평소에도 키세가 자주 말하니까 잘 알고있었지만 이렇게 다른 형태로 다가오자 아오미네는 새삼 키세의 마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어쩐지 뭔가가 간질거리는 기분이었다. 당황하는게 귀여워서 자는 척 좀 하고있었더니.. 이렇게 골치아파질줄은 몰랐다. 아오미네는 우걱우걱 샌드위치를 씹어먹으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운동장 근처에서 키세가 보였다. 왠지 얼굴보기가 껄끄러워서 은근슬쩍 키세를 피하던 아오미네였는데 이렇게 바로 보게되니 아오미네는 꽤나 허탈한 기분이 되었다. 다시 샌드위치에 집중하려고 다시 고개를 돌리려하자 아오미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꽤나 ' 가슴이 큰 ' 여자가 키세에게 무언가를 건내주며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있는 것이었다. 키세가 여자에게 고백 받는게 한두번 있는 일도 아닌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오미네는 기분이 매우 불쾌해졌다. 왜지? 아 키세녀석만 저렇게 고백 받는게 질투나는 건가? 아오미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계속 그 둘을 노려보았다. 머쓱하게 웃으며 여자가 주는 것을 받는 키세 녀석이 제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계속 보다가는 아오미네 자신이 옥상에서 뛰쳐내려갈것 같아 아오미네는 키세에게서 시선을 돌려 옥상을 나갔다. 아오미네는 그 날 수업이 끝날 때까지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다.





-





" 아오미넷치, 오늘 무슨 일 있었습니까? 기분이 안좋아보여요 " 


탈의실에 들어가자 키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걸어왔다. 키세를 보니 점심시간에 목격한것이 다시 떠오른 아오미네는 인상을 팍 구기며 대답하지 않고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 왜 대답안해주는겁니까 아오미넷치! "


이제 아예 얼굴을 들이밀며 물어오는 키세의 얼굴을 밀며 아오미네는 


" 아 너때문에 그러는거잖아! " 하고 소리 쳤다. 키세가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서 네? 하고 반문하다가 네??????  저 때문에요? 제..제가 아오미넷치에게 무슨 잘못했습니까? 무슨 잘못을 했어요? 미안해요 아오미넷치!!!  하고 횡설수설 거리는 것을 아오미네는 미간을 피지않고 계속 바라보다가 이제는 울먹거리 시작한 키세의 양뺨을 꽉 쥐었다.





" 무..무 ㅓ웨여 아오뮈넷취.. "


" 너.. 시끄러워 "


그리고 아오미네는 키세에게 키스했다. 탈의실에 자신과 키세 뿐이라 다행이라고 여기면서-


키세의 치열하나하나를 훑고서 경직되어있는 혀에 자신의 혀를 휘감았다. 아오미네는 꽉 감은 두 눈에서 바들바들 떨리는 키세의 긴 속눈썹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눈을 감았다.

'소설들 > P패러디' 카테고리의 다른 글

[K]Side.F_1  (0) 2013.11.13
[월야환담][리퀘]From.나카이르.IsaSegun  (0) 2013.06.19
[쿠로바스][리퀘]From.산쥬.AoKise  (0) 2013.06.19
[가히리][리퀘]From.묘밍.HibaTsuna  (0) 2013.06.19
[가히리][축전]To.PDPD.DinoHiba  (0) 2013.06.19
Posted by ::Hyeon:: :


'소설들 > P패러디' 카테고리의 다른 글

[K]Side.F_1  (0) 2013.11.13
[월야환담][리퀘]From.나카이르.IsaSegun  (0) 2013.06.19
[쿠로바스][리퀘]From.빈김.AoKise  (0) 2013.06.19
[가히리][리퀘]From.묘밍.HibaTsuna  (0) 2013.06.19
[가히리][축전]To.PDPD.DinoHiba  (0) 2013.06.19
Posted by ::Hyeon:: :


그놈의 동료애가 무엇이길래 그가 불안에 떠는것 자체가 맘에 들지 않았다. 사람이 무른것에 있어서 그는10년 전이나 10년 후나 변한것이 없었다. 적어도 마피아라는 곳-그것도 마피아계의 정상인 봉고레의-의 보스의 위치에 올랐다면 조금은 성장해주는게 예의가 아닐까싶을 정도로 그는 물러터진 초식동물이였다. 애석하게도 자신은 그런 초식동물의 모습이 매력적이게 느껴진 사람들 중 한사람으로서 조용히 뒤에서 그를 바라볼뿐이였다. 


 


 


 


Hibari Kyoya X Sawada Tsunayoshi 


히바리 쿄야 X 사와다 츠나요시


 


서투르다


 


① 일 따위에 익숙하지 못하여 다루기에 설다. 


② 전에 만난 적이 없어 어색하다.


③ 생각이나 감정 따위가 어색하고 서먹서먹하다.


Written by. 묘밍


To. 현 Hyeon


 


 


 


 기분나쁠정도의 비릿한 피냄새가 코 끝을 맴돌았다. 정작 정장에 묻은 피들은 개의치 않아하면서 톤파에 끈적하게 달라붙은 피들을 보며 혀를 두어번 찼다. 임무다운 임무를 줬으면하는 심정으로 쓰러진 사람들 사이로 유유히 호화로운 호텔을 빠져나왔다.호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쿠사카베가 한가로이 나오는 히바리를 따라 나가며 평소보다 다급해보이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다음 스케쥴은 이탈리아에 있는 우조 패밀리의 보스와 미팅이 잡혀있습니다."


"ㅡ흐응? 어째 일본본부와는 점점 멀어지는 지역의 임무만 맡는 느낌은 내 착각인가?"


 


 


 코웃음을 치며 쿠사카베를 향해 의문아닌 의문을 내던졌더니 쿠사카베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체 그저 고개만 숙일뿐이였다. 이것으로 벌써 3주째, 해외로의 임무가 반복되고 또 반복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쿠사카베의 말은 점점 줄어들어만 갔고, 본부로부터의 연락도 오래전부터 두절이였다. 왠만하면 먼저 두절시키는쪽은 히바리쪽이였는데 어느샌가부터 본부쪽에서 먼저 연락을 두절내버리다니. 분명 이건 봉고레 10대 보스의 짓일 터. 무슨일이 생긴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스런 생각 이전에 이거 원 짤린건가 싶으면서도 끊임없이 들어오는 해외임무에 히바리는 화를 꾹꾹 눌러 참고 있었다. 츠나요시.....하며 이를 바득 갈던 히바리가 얌전히 쿠사카베에게 이탈리아행 비행키표를 받아들곤 쿠사카베를 먼저 돌려보냈다. 


 


 


 사치스러움이 느껴질 정도의 화려한 호텔의 미리 예약해둔 방으로 향했다. 분명 싱글을 부탁했을터인데 한눈에도 신혼부부가 눕기에 안성맞춤일것 같은 침대가 떡하니 있는 방을 내주다니, 이것저것 따질까하다가 그런것에 신경쓰느라 소모되는 체력이 아까워 그만두기로 했다. 침대에 누우니 역시나 남고도 남아도는 공간에 공허함을 느껴졌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치미는군, 초식동물."


 


 


 자신에게 와달라 구애를 펼칠땐 언제고 용기를 내 다가가려하니 밀쳐내는게 지금의 현실이었다. 이렇게 해외임무의 찬밥신세를 보나 끊겨버린 연락을 보아하니 정말 제대로 자신을 떼어낼 생각인 듯 했지만 그건 그거대로 아닌것 같기도 했다. 아닌가? 그냥 밀어내기위한 구실인걸까? 하면서도 이제까지 해온 애정행각을 살펴보면 또 그런것도 아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도중 저도 모르게 훗하고 실소를 내뱉었가. 어이가 없어서, 정말이지. 


 


 


"동물을 다루는법에 서툰걸지도."


 


 


 어느샌가부터 어깨위로 날아와 새근새근 잠든 히버드를 보며 히바리는 중얼거렸다. 서툴다라, 그래 서투르다라는 감정. 사와다 츠나요시와 히바리 쿄야의 관계에 애정이라는 감정이 2%있었다면 서투르다라는 감정은 98%. 애정으로 시작하고 10년이 지났지만 서로가 서로를 다루는 법을 너무 몰랐기에 조금씩 들어선 서투르다라는 감정이 애정의 모자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걸지도 모른다. 아아, 모르겠다. 어찌됬든 화가 나는건 화가 나는거다. 


 


 


[푸르게 펼쳐진 나미모리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보통이 좋아~]


 


 


 언제 들어도 신나는 벨소리와 함께 뜨는 발신자의 이름에 히바리는 미간을 구겼다. 딱히 전화걸기를 바래왔던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게 아니라고 자기합리화를 시도하며 거칠게 폴더를 열고선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지? 본부쪽에선 나한테 전혀 관심이 없는것 같았는데."


[시끄러워, 종달새녀석. 너무 그렇게 불쾌하다는 목소리 내지마. 10대째의 말씀이라서 그러니깐.]


"....와오, 예상대로 초식동물녀석이 주범이였군. 그럼 대타로 사사가와 녀석을 보내줬으면 하는데. 본부에 가야 겠거든."


[미안하지만 그건 곤란해. 봉고레 본부에 10대째 명령이 내려졌거든. 네녀석을 본부로부터 오지 못하도록 막으라는 명령말이지. 네녀석이 불쌍해서 하는 연락이니 괜히 심통부리면서 본부에 쳐들어오지 말았으면 하거든. 그러니 한동안 더 수고하도록 해.]


 


 


 수화음이 끊기고 목이 바싹 타는듯한 느낌에 물을 한모금 마셨다. 오지말라고? 아예 명령까지 내렸다고? 대놓고 건들지 말라는 표시를 하는건가, 아니면 자신을 좀 더 강하게 붙잡아 달라는 메세지인걸까. 흥미로운 먹잇감을 발견한 육식동물의 미소를 지은 히바리가 전화기를 들었다.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메일로 먼저 왔던 무조건 해야만 하는 협상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다 어이없는 웃음만 터뜨릴뿐이였다. 협상하러 오라는것이 아니라 아예 제 손에 죽으러 오십시요하는셈의 메일 내용이 눈에서 떠나가지를 못했다. 만약 이걸 히바리씨가 봤으면 이성을 잃지 않는 히바리라도 당장 밀피오레인지 뭔지를 물어죽이고 오겠다며 이를 갈 모습이 눈에 훤했기에 그를 본부로 들여올수가 없었다. 반전으로 아예 신경쓰지 않을지도? 하고 생각해보지만 그럴리가. 보스가 죽으러 가는데 그 누가 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다 그는 그럴지도. 아니야, 그도 이성을 잃.....  아아,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거 어디에서 많이 본것 같은데. 츠나는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똑똑- 누군가의 노크소리가 적막한 츠나의 방을 울려 메웠다.


 


 


"......츠나-! 안에 있어?"


"......타케시!"


 


 


 차와 과자를 장미장식이 그려진 쟁반위에 들고 온 야마모토를 반갑게 방 안으로 들였다. 고쿠데라와 같이 오려 했지만 등짝을 팡팡 때리며 혼자 들어가라는 고쿠데라의 타박에 혼자 왔다고. 차와 과자 역시 고쿠데라가 차려준걸 가져가라길래 가져온것 뿐이라고 야마모토가 덧붙여 말했다. 아마도 고쿠데라는 츠나, 널 볼 면목이 없는 모양이야.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한가봐. 나도 마찬가지지만."


"흐아, 그렇게 미안해할 필요 없는데."


"내일 모레가 협상날이랬나? 잘됬으면 좋겠다."


 


 


 문어모양의 과자를 집어들어 한 입 베어문 야마모토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메일의 내용을 아는 자는 츠나 자신 한사람뿐.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혼자뿐이라는 미묘한 감정이 씁쓸했다. 야마모토를 따라 다른 의미로 씁쓸하게 웃으며 츠나도 과자 하나를 집어들어 베어물었다. 히버드모양의 과자라, 속으로 키득키득 웃으며 히버드모양의 과자만 쏙쏙 골라 먹었다. 달다, 그의 향기만큼이나 단맛이 났다.


 


 


"타케시, 사실....."


"응?"


".......아니, 이 과자 모양들 귀엽다."


 


 


 그들과의 협상에 대한 결심이 확고히 서지 않았기에 야마모토에게 조언을 구해볼까 생각했었지만 그 생각은 금방 접어야만 했다. 그에게만 이 커다란 비밀을 나눠줄 수가 없었다. 이거 고쿠데라랑 람보랑 열심히 만든거야. 예나 지금이나 변치않은 웃음을 지으며 쓸데없는 말 하나하나에 대답해주는 야마모토에게 괜시리 미안해졌다. 시간이 꽤나 많이 흘러서야 야마모토는 소파에서 일어나 편히 쉬라는 말과 함께 웃으며 나가버렸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초조해지는 표정이 보였던 것일까, 혼자있게 해주는 행동은. 오히려 수호자들의 그런 배려때문에 미안해 방에 가만히 틀어박혀 있을수가 없었다. 시간이 꽤나 흐른 현재 시각 고쿠데라는 마저 남은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을테고, 야마모토와 람보는 일찍이 잠을 자고 있을것이다. 그럼 숨도 돌릴겸...


 


 


"밤 산책이라."


 


 죽기전 밤 산책도 나쁘지는 않을것 같았다.


 


 


 


 


달빛이 유난히 하얀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 처음으로 여유로움을 느끼며 찬찬히 달을 본 적이 처음인지라 이렇게 하얀 줄 몰랐던것일지도. 


 


 


"뭘 결심할 수 있단 거지."


 


 


 옅은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갸웃했다. 봉고레를 지켜야 한다. 동료들을 지켜내야 한다. 설령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모두를 살려야한다는 의무. 누군가 츠나에게 이건 이렇게 해야해!하고 명령을 내려준것은 아니다. 필시 그건 제가 정한 자신의 의무일뿐. 아무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지극히 순수한 이기심에서 나오는 희망사항. 그것을 위한 댓가는 확실히 필요했다.


 


 


"목숨정도야 내줄순 있지만, 그 뒤가 걱정이네ㅡ 과연 그들이 내가 세상을 뜬 후에 봉고레를 건들지 않건들지는...."


"거짓말이 여전히 서툴군, 너는."


 


 


 검은색이 지독히도 어울리는 남자의 저음이 귀를 간지럽혔다. 그의 목소리덕에 돌처럼 굳어버린 몸을 천천히 움직여 뒤를 돌아보았다. 바보같이 이 남자를 너무 얕본것인걸까. 좀 더 멀리 보내버릴걸 그랬다.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오랜만에 보는 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ㅡ 오랜만이네요. 입꼬리를 힘겹게 올리며 그를 향해 웃어보았다. 히바리는 그런 츠나가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는지 실소를 내뿜었다. 그리고 또 어디에서 나오는건지 모를 톤파가 츠나의 얼굴을 가격했다.


 


 


"읏.....! ..........무슨....!"


 


 


 화를 낼까 하다가 히바리가 바닥을 뒹구는 저에게 다가와 입가에 묻은 피를 날름 햝아데는 덕에 화를 낼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속으로 이를 갈다가 에라이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츠나는 자신의 등 뒤를 지탱해주고 있는 나무에 편히 기대었다. 자신에게 조금 떨어진곳에 묵묵히 서있던 히바리가 츠나의 옆으로 다가와 털썩 주저 앉았다. 으앗-! 히바리씨, 기모노 더러워져요! 저를 걱정해주는 말따윈 코로도 듣지 않는 히바리의 태도에 츠나는 두손두발 다 들고 말았다. 


 


 


"...히바리씨는 해외 임무 중 아니였나요?"


"사사가와녀석에게 제껴놓았어. 초식동물, 네 녀석이 뭘 꾸미는지 당최 알수가 없어서."


"헤에- 걱정해주신 거에요?"


"물어죽이러 온거니 걱정마."


"무드없는 남자네요. 히바리씨! 자고로 남자는 이럴때 '널 지키러 온거다!'하고 당당히 말해야 상대가 반하는거라구요."


"하지만 이런면에 네가 반한거 아닌가?"


"우와.....못됐다.....정곡을 찔렀어....그런데 이 시간엔 왠일로...."


"밤 산책."


"어!! 저도 밤 산책 중이였는데!!"


 


 


 뭐가 그리 좋다가 실실 웃는것일까. 제 앞길도 제대로 하지 못할것만 같은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츠나에게 히바리는 속에서 삭히고 있던 화가 꿈틀거렸다. 아까 츠나의 혼잣말대로라면 자신의 운명이 곧 다함을 뜻할터인데 왜이렇게 사람이 실없이 웃기만 하는것인지, 정말 물러터진 초식동물이였다. 화를 한번 더 삭히고 히바리가 입을 열었다.


 


 


"이런 밤 산책중에 무슨 결심을 한다는거지?"


"..........제 말 들으셨어요?"


"질문하는쪽은 이쪽이야. 내 질문에만 대답해주었으면 좋겠군."


"들으셨구나......."


"빨리 대답하지 않으면 물어죽..."


"...나 죽으러 가는거 들으셨구나."


 


 


 움찔- 히바리의 몸이 들썩였다. 미리 그의 방에 들어가 밀피오레로부터 온 메일을 확인하고도 설마설마했지만 정말이였다. 추측하고 있던 생각이 현실이 되니 끔찍하고 절망적이였다. 어이가 없어 코웃음만 나올뿐이였다. 히바리가 눈을 내리깔며 애써 이성을 찾으려 애를 썼다.


 


 


"밀피오레에게서 온 메일은 이미 봤다. 네 입에서 나오는 죽으러 간다는 얘기는 협상을 하러 가겠단 소린가?"


"....10년전까지만해도 모르겠지만 지금 전 봉고레의 보스니깐. 동료들을 지켜야하니깐. .......히바리씨를 지켜야하니깐. 그래서 저는 당연히 갈 뿐이에요. 당연한 일을 하는 거라 생각해요."


"약한 초식동물 주제에 거길 가면 살아 나올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건가?"


 


 


 또다시 정곡을 찌르는 히바리의 말에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빙그레 웃을뿐이였다. 울음소리조차 내지 않고 조용히 눈물을 뚝뚝 흘리며 웃고 있는 츠나의 모습에 치가 떨렸다. 정말 무르다. 물러터졌다. 그리고 그런 무른 그를 대하는 자신의 서투른 행동이 미웠다. 서툴게 기모노의 소맷자락으로 그의 얼굴을 적셔놓은 눈물을 닦아주었더니 물러터진 초식동물은 더욱 환하게 웃어버린다. 애써 울음을 참으려는 그의 등을 토닥이니 쉴새없이 츠나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밤이 차다. 차디찬 밤공기에 어느새 서툰 감정이 묻혀지는 느낌이 들었다.


 


Fin.

'소설들 > P패러디' 카테고리의 다른 글

[K]Side.F_1  (0) 2013.11.13
[월야환담][리퀘]From.나카이르.IsaSegun  (0) 2013.06.19
[쿠로바스][리퀘]From.빈김.AoKise  (0) 2013.06.19
[쿠로바스][리퀘]From.산쥬.AoKise  (0) 2013.06.19
[가히리][축전]To.PDPD.DinoHiba  (0) 2013.06.19
Posted by ::Hyeon:: :


맑은 하늘. 포근히 흘러가는 구름. 선선히 살랑이는 바람. 손끝에서 시작하는 달콤한 향에 그는 기분좋게 미소를 지었다.


"아아- 날씨 좋다."


이런날은 역시 피크닉이지. 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는 한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모든 꽃들이 만개하고 각자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 4월의 어느 날, 꽃놀이 하기 딱 좋은 휴일이라 그런지 길가에는 가족이나 연인, 친구끼리 밖을 나온 사람이 많이 보였다. 그래. 오늘같은 날은 놀아야지! 놀지 않으면 이런 좋은 날이 운다고-. 그는 특유의 헤실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사람들 행렬을 가로질러 갔다. 그의 목적지는 꽃놀이장소로 좋은 공원이 아닌 전혀 다른곳.


"오늘도 역시 거기 있으려나."


하긴 거기에도 벚꽃놀이하긴 좋지~ 벚꽃나무가 꽤 많으니까 말야. 잠시 머리 끝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하던 디노는 그가 있을 만한 곳을 2초도 되지 않아 결정했다. 나미모리 중학교 이외엔 없다고, 역시. 디노는 걷는 템포를 올리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더 일찍 만나서 오랫동안 피크닉을 즐겨야 할 테니 말이다. 탁. 탁. 타닥. 타다닥. 타다다다닥. 조금 빨리 걷겠다는 생각은 어디가고 빨리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차버린 그는 어느샌가 학교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옥상에 설치된 펜스에 느긋히 기대섰다. 그리고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학교는 어느새 하얀 순결을 씻어내고 새로운 색으로 휘날리고 있었다. 언제나 바라보는 광경이지만 언제나 아름다워서 이 학교를 떠난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다. 가능하다면 조금 더. 조금 더. 그렇게 옥상에서 학교에서 움직이는 꽃잎을 바라보고 있던 쿄야는 학교 정문으로 급하게 뛰어들어오는 한 인영을 바라보고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곧 살짝 호선을 그리며 돌아섰다.

찾을때까지 책이라도 읽으면서 기다려볼까.


"쿄야- 어디있어?"


지치지도 않는지 옥상 끝까지 달려와 문을 벌컥 연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운동장을 가로지르면서 꽃잎을 다 맞은 듯 옥상에 눈이 하늘하늘 날리기 시작한다. 뭔가 들뜨고 신나보이는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풀리기 시작해서 책으로 잠시 얼굴을 덮고 그를 바라봤다. 자세히 보니 한손엔 뭔갈 가득 들고있다. 체력도 좋군 야생마. 자신을 찾으려는듯 이리뛰고 저리뛰고 다다다 뛰어다니는 움직임에 눈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가 돌아보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찾았다!! 쿄야!"


태양에 반사되는 구름보다 더, 꽃잎보다 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가 웃었다.

웃었다.





----------------------------------------------


이게 아마 디노히바 온리전?? 그때 쫀잘님이 그리신 서클...컷이었나 뭐였나...

그거 보고 써드린겁니다.

Posted by ::Hyeon:: :


2009년 1월.

 

변두리 시 외곽지의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피해자는 고등학생의 체구가 작은 소년. 가해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리 크게 치인 것이 아니라 소년은 금방 일어났지만, 문제가 생겼다. 병원에서 소년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벗긴 옷에서 한 통의 편지가 나왔던 것이다.

그것은 유서였다. 소년은 사고가 아닌 일부러 자살을 할 생각에 차도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유서에는 '이것은 저 혼자 벌인 일이니 중간에 어떤 사람이 관련되어도 처벌하지 말아주세요.' 라는 글귀까지 있어 수사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졸지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어버린 이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 경찰들은 결국 그들을 법정에서 판결하기로 한 채 손을 떼었다.

"주성훈씨,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 할 수 없는 이 상황에서 판사는 굳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누지 않았다. 재판관의 물음에 단정하게 베이지색 정장을 입은 그는 잠시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신원확인 결과, 소년은 얼마 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했다. 형이 하나 있긴 했지만 외국에서 일하고 있느라 한국에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소년은 혼자 장례를 치르고 모든 걸 혼자 해결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저 소년은 그것 때문에 죽을 성격이 아닌 것 같았다. 유서만 봐도 심상치 않은 내용이고. 보통 사람은 죽으려 마음먹을 때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는다. 어차피 죽을 판에 다른 사람이 무슨 상관인가. 하지만 이 소년은 달랐다. 남을 생각할 정도면 자신의 생활이 극에 몰리지 않았다는 증거이고, 실제로도 지금 소년은 차분하게 고개를 숙이고 재판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만. 끝나길 기다려? 성훈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 저 소년은 이게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것이다. 아마 또 죽으려 할지도 모른다. 아까부터 소년의 주위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거슬린다 했더니 이런 것이었나. 결국 성훈은 입을 열었다.

"우선 제 주장부터 하기 보다는 저 소년의 말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성훈의 표정에 재판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지방법원에 속해있는 그이지만 그는 자신의 책무를 다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판사의 생각으로는 저 주성훈이라는 사람에게는 무언가 저 소년에게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어 보였다.

"그럼 이현우씨. 뭔가 할 말이 있습니까?"

재판관의 물음에 소년이 고개를 들었다. 남학생치고는 밖에 나가서 놀지 않았는지 하얀 피부가 법정의 불에 반사되어 소년을 창백히 보이게 만들었다.

"무슨… 말을 하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투명했다. 그게 소년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성훈의 감상이었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그 투명한 목소리가 오히려 소년을 현실에서 괴리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것은 저 분에게 물어보십시오. 저 분이 현우씨에게 알고 싶은 것이 있는 것 같으니."

판사의 대답에 현우는 천천히 눈을 내리깐 채 성훈쪽을 바라보았다. 사람하고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투명한 갈색이던 눈동자가 명암에 드리워져 밤색을 띄고 있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현우군?"

불쑥 그런 물음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성훈이 지금 제일 묻고 싶기도 한 것이었다.

"괜한 사람을 말려들게 했구나…. 당신에게도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을 텐데 괜히 피해를 주게 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현우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성훈은 그런 대답이 듣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나는 괜찮으니까 너 자신에 대한 지금 생각을 말해줘. 네 마음을."

잠시 소년의 눈이 커졌다가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리고 천천히, 조용히 입술을 움직였다.

"…사랑이… 뭘까. 사랑을… 알고 싶어."

"그게 지금 너의 머릿속을 맴도는 말이니?"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법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어 왔던 사람들은 조용히 흘러가는 법원의 분위기가 지루했다. 그 지루함을 참지 못한 한 사내는 투덜댔다.

"사랑이 알고 싶으면 여자친구를 만들면 될 거 아냐. 그게 무슨 중요거리라고…."

아무리 작게 투덜댔다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던 법원에서 그 투덜거림은 크게 다가왔다. 모든 이목이 사내에게 쏠리자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사내는 입을 다물었다. 판사는 사내에게 눈짓으로 주의를 주었고 성훈은 잠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저 소년은 그런 사랑을 말하는 게 아니야. 다시 법원이 조용해지자 현우는 천천히 말을 했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면 되겠지만… 저는 그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가장 먼저 받는 사랑은 부모님에게 받는다지만… 전 그런 기억이 없는걸요."

"왜 그렇게 생각하니?"

"…아이가 태어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아이는 부모님의 품에 안겨서 자라요. 그건 필수적인 과정이지요. 저는 이 안는 것, 안기는 것에서 사랑을 배운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도 분명히 그 과정이 있었겠지만, 제가 기억날 때부터 여태까지 저는 한 번도 부모님께 안겨본 기억이 없어요. 제 기억 상 처음으로 부모님과 제가 안았을 때는… 제가 부모님보다 키가 컸을 때였어요. 그건 이미 제가 사랑을 받을 나이가 아니라 사랑을 줘야 할 나이라고 생각해요."

성훈은 드디어 소년의 주위에서 맴도는 분위기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리고 소년이 왜 죽으려 하는지도 깨달았다. 저 현우라는 소년은, 사람이 제일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감정인 '사랑'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건 모든 인생을 쥐고 있는 제일 중요한 감정인데 그것을 모르고 있다니. 그런 것 치고는 굉장히 단정하게 잘 자랐다. 하지만… 사랑을 배우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성훈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현우의 표정이 신경쓰였다.

현우의 말이 끝나고 계속되는 침묵을 깬 재판관이 성훈에게 물었다.

"이제 되었습니까, 주성훈씨?"

"아, 네."

"그럼 주성훈씨는 무언가 할 말이 없습니까?"

"…저는, 이 소년이 가여울 뿐입니다. 소년이 유서에 '관련자는 죄가 없다'라고 적혀 있어도, 그 유서는 효력이 없어졌습니다. 현우군은 이렇게 살아있고, 저는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제가 사람을 친 것은 사실이니 재판관님의 판결에 응하겠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현우가 마지막 말에 놀란 듯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아닙니다! 저는 뛰어내리기 위해 강으로 향하던 중이었고 그 사이에서 벌어진 사고일 뿐입니다! 저 분은 그저 피해자일 뿐이에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 너네들 이럴거면 도대체 여기 왜 왔어. 판사는 순간 그 말이 튀어나오려 했다.

재판이라고 하는 것은 의견 차이가 안 나서 그 판결을 제 3자가 해결하기 위해 오는 곳 아니던가. 의견차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건 좀 이상한 의견차이다. 서로 죄 없다고 할 바에사 여기까지 오지 말고 적당히 합의를 봐서 해결하면 될 것을 왜 굳이 법원까지 와서 드라마 찍고 있냔 말이다. 그리고 정황을 들어보니 입원비며 병원비며 저 남자가 다 해결했다 들었는데 그럼 그걸로 끝낼 것이지 경찰들은 도대체 왜 우리한테 해결하라고 한 거냐고. 아니, 그전에. 저 둘은 여태까지 대화 한 번도 안 했나? 각자 성격들 보아하니 서로 얘기하면 잘 끝날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여기까지 와서 사람 할 말 없게 만드냐고. 판사는 이래저래 따지고 싶은 게 많았지만 일단 참았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은 저 둘이라 생각하며 그는 주위를 집중시켰다.

"자, 자. 그만들 하시고. 그럼 판결을 내리겠습니다."

모든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자 그는 작게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말을 이었다.

"금전적인 문제는 이미 주성훈씨가 해결을 했다고 하니 서로의 정신적인 문제의 해결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두 분은 성심을 다하여 서로의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이번 재판을 끝내겠습니다."

탕,탕,탕! 재판관은 그리 말하고 재판을 끝냈다. 그게 뭐야, 라고 수근대는 사람들 속에서도 그는 판결을 번복할 생각이 없었다. 이건 이미 자신의 문제 밖이었다. 그는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둘을 잠시 쳐다보다 법정을 빠져나갔다.

둘은 한참동안 서로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놀란 듯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이는 소년을 보며 성훈은 현우에게 다가갔다. 자신 앞으로 그림자가 지자 소년은 살짝 놀란 듯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던 성훈은 살짝 쓴 웃음을 짓고는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이…현우 군이랬지? 몇 살이니?"

"오…올해 열아홉입니다."

성훈이 소년의 어깨에 손을 얹자 소년은 고개를 더 숙였다. 그리고 들릴 듯 말듯 조용히 대답했지만 이미 사람이 다 빠져나간 후라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니 쉽게 들렸다. 하지만 소년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까 할 말 다 하던 모습은 어디간거야. 고개를 들고 외치던 그 모습은? 소심해 보이지는 않는데 왜일까. 왜 이 소년은 이렇게 사람을 피하지? 그는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일단 제쳐두기로 했다.

"집이 어디니? 데려다줄게."

"아…아니. 안 그러셔도 돼요."

"그러다가 다시 뛰어내리려고 하면 내가 곤란해지잖아. 그냥 내가 집까지 데려다주는 게 내 마음이 편해서 그래."

"저기….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소설들 > O오리지널' 카테고리의 다른 글

[(BL)호가호위]1  (0) 2013.06.19
[Revolution]2  (0) 2013.06.19
[Revolution]1  (0) 2013.06.19
[Revolution]Intro  (0) 2013.06.19
[물의아이]2  (0) 2013.06.19
Posted by ::Hyeon:: :


호가호위.(狐假虎威)

 

 

그것은 남을 이용해먹는 자를 비판하는 것이며, 이용당하는 자에 대한 어리석음을 비판하는 사자성어.

그러나, 그것은 서로를 위하여 한 행동이라면....?

 

 

 

狐假虎威(호가호위) -(1)-

 

 

- 음매에~ 음매에~ 딴~ 따라단~~ 탁!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테이블을 더듬어 자명종을 꺼버렸다.

소 모양의 이 자명종은 저혈압인 내가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대비하여 어머니가 사주신 건데........... 온 집이 떠나가라 시끄럽다. 안끄고 있으면 나중에는 '슛! 골인! 와~ 정말 재밌다~' 따위의 말을 해대기 때문에, 축구매니아가 아닌 나로써는 좀 듣기 힘든 소리. 소 머리를 치고 난 뒤 침대에 죽은듯이 1분을 세고 천천히 일어났다. 녀석은 내 모습을 보고 '좀비가 일어나는 것 같다' 라고 했지만, 나는 저혈압이니까 어쩔 수 없다. 빨리 일어나면 눈 앞이 안보이는걸.

눈을 잠시 깜빡거리고 시계를 보니 7:32분. 입학한지 일주일정도된 학교는, 내 기억상으로 등교시간은 8:20분까지다. 일어나서 기지개를 켠 다음 욕실로 들어갔다. 찬물을 틀어 잠을 깬 다음 물을 조금 따뜻하게 하고 샤워를 했다. 수건으로 닦고 고개를 든 곳에 있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내가봐도 가끔 깜짝깜짝 놀란다. 윤 설호(雪狐)라는 내 이름에 맞게, 전신백색증을 가지고 태어난 나는 머리카락이라든지 눈썹이라든지, 다 흰색이다. 완전 알비노는 아닌지라 눈은 옅은 회색이지만. 진(眞)알비노증은 눈까지 멜라닌 색소가 없어서 눈동자가 붉은데 그 사진을 본 나는 조금 놀랐었다. 그리고는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다. 그래도 빛이라거나 그런 거에는 약해서, 나갈때는 자외선차단제와 선글라스는 필수다. 아침에는 핏기가 더 없어서 창백해보이는 내 얼굴을 잠시 쳐다보다 욕실을 나왔다.

대충 옷을 걸쳐 입고 시계를 보니 7:47. 침대에 앉아 귀를 기울였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달칵, 탁 소리가 들리더니 문여는 소리가 연속으로 들렸다. 얼른 일어나 머리를 닦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현관에 보이는 단정하게 옷을 입은 잘생긴 얼굴이 보인다. 우리 학교 교복은 온통 검은색인데, 칼라 깃부분과 소매에 붉은 띠가 그려져 있어 상복같을뻔한 양복을 겨우 입을만한 것으로 돌린 모양이다. 녀석은 그것마저도 잘 소화해내어, 마치.......... 어디의 중요간부처럼 느껴진다.

“왔어?”

“.... 머리, 빨리 말리는게 좋을거다. 밖에 춥다.”

“그래? 으... 귀찮은데.”

“수건 어디에 있어? 드라이기는?”

“수건은 욕실에 있고 드라이기는.... 음... 욕실에 있던가.”

녀석과 얘기하며 방으로 돌아와 푹신한 침대에 앉아있다보니 다시 수마가 몰려와 늘어지게 누우면서 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위치를 알려주니 욕실로 가서 잠시 선반을 뒤지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선 문을 닫고 날 바라보는데 잠시 멈칫하더니 다가온다. 콘센트에 코드를 꽂고 날 일으켜 기대게 한 후 윙- 소리가 시작되면서 내 머리를 말려주는 손길이 느껴진다. 추운걸 생각했는지 따뜻한 바람으로 말려주는데 당연히 잠이 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졸려.......”

“일어나, 라고 해도 일어날 리가 없으니 잠시 눈 붙여도 된다. 다 되면 깨워줄게.”

그 말을 듣자마자 자세를 돌려서 녀석의 무릎에 턱 앉아 어깨에 팔을 두르고 고개를 숙인 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예전엔 기겁을 하면서 떼어내더니 요즘엔 익숙해졌는지 아무 말 없이 수건을 쥐고 있는 손으로 조금 강하게 머리를 문지르더니 이내 부드럽게 머리를 말린다. 어차피 난 추위를 별로 안 타니까 이럴 필요도 없는데.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 난다는듯한 태도를 보이는 주위 사람들 때문에 나도 모르게 관리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윙 하는 소리가 꺼지고, 몸이 잠시 뜨는 느낌이 들더니 등 뒤가 푹신하다. 아마 침대에 눕힌 것 같다. 반쯤 의식이 나간 채로도 녀석이 뭘 하는지는 알 수 있어서, 잠시 일어났다 나에게 돌아오는걸 느끼고 눈을 살짝 떴다.

“눈 감아.”

“부끄럽게....”

“........”

살짝 몸을 꼬면서 말했더니 아무 말 없이 로션이 묻은 손으로 얼굴을 꾹 잡아 누르면서 발라준다. 장난이었는데. 라고 썬크림을 발라주기위해 녀석이 손을 뗀 순간 살짝 투덜거렸더니 피식 웃는다.

“왜, 나도 장난으로 받아쳐 줄까?”

“......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알면 됐다.”

썬크림을 다 바르고 코끝을 툭툭 두드리는 손길에 눈을 제대로 떴다. 으... 몸에 힘이 없다. 옷을 갈아입어야 해서 옷장에서 대충 교복으로 추정되는 걸 집어들고 갈아입고선 의자에 앉아있는 녀석에게 팔을 벌렸다.

“호야, 나 안아서 학교까지 데리고 가 줘.”

“.........장갑이나 껴.”

팔을 쭉 뻗은 손에 친히 흰 장갑을 끼워주면서 시크하게 말도 안된다는 듯 대답한다. 그래도 내가 움직이기 싫어하는건 알고 있는지 가방을 메고서 날 들어올린다. 모자는? 귀찮아. 안 쓸래. 그럼 썬크림 가지고 간다. 응. 그래도 선글라스는 써야지. 어디있어? 책상 위에. 준비물(?)을 다 챙기고 날 안아올린 상태로 현관까지 간다. 거기서 신발을 신고 천천히 움직였다. 잠이 오긴 하지만 자전거를 꺼내야 했으므로 교복 주머니에서 열쇠를 찾아 호에게 넘겼다. 그리고 호가 알아서 자전거를 꺼내 온다. 학교에 늦지 말라고 구입한 거지만 난 자전거 타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녀석이 타게 되었다. 그리고 난 뒤편에 앉아서 같이 가는걸 즐기는 편이고. 자전거 바구니에 가방을 넣고 대문까지 끌고 나가는걸 보며 뒤따라 나가니 안장에 앉아서 날 바라본다. 자연스럽게 뒷자리에 앉아 허리를 끌어안고 등에 머리를 박았다.

“..... 제발 얌전히 기대줘.”

“그치만 잠이 안깬단 말야.”

졸립다고 부비적거리니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출발한다. 자전거를 타고선 겨우 10분밖에 되지 않는 길이라 여유롭게 가기로 결정하고는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녀석은 원래 말을 아끼는 편이고, 난 말할 때는 잘 하지만 아닐땐 조용한것도 즐기는 편이라 서로 대화 한마디 없이 가는데도 어색함 같은 건 없었다. ....뭐, 물론 그것보단 내가 졸려서 계속 기대고 자고 있었다는게 더 큰 이유겠지만.

얼마 잔 것 같지도 않은데 거의 다 왔는지 주위가 시끌시끌해진다. 슬쩍 고개를 들고 다 왔어? 라고 물으니 응. 내려. 라는 답이 날아온다. 천천히 자전거를 멈추자 내가 내리고 녀석도 자전거에서 내리고는 자전거를 끌고 걸어간다. 눈이 조금 부셔서 인상을 찡그리니 녀석이 날 보고는 속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준다.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주황빛이 들어가 있는 선글라스는 햇빛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내 눈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모자를 쓰지 않을 때의 최소한의 물품이다. 선글라스를 끼자 눈이 부신 게 조금 덜해져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 녀석을 보고 잠시 헤헤, 웃고는 교문으로 걸어갔다. 교문에는 입학식 때 이런 저런 사회를 맡았던 학생회장과 그 옆에서 뭔가를 열심히 지시하던 선생님이 있었다. 단속 중이었는지 인사하는 학생들 사이로 이리저리 눈을 빛내며 뭔가를 찾으려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얼떨결에 인사를 했더니 나에게 손짓을 한다. 나?

'소설들 > O오리지널' 카테고리의 다른 글

[(BL)주세요(가제)]1  (0) 2013.06.19
[Revolution]2  (0) 2013.06.19
[Revolution]1  (0) 2013.06.19
[Revolution]Intro  (0) 2013.06.19
[물의아이]2  (0) 2013.06.19
Posted by ::Hyeon:: :

[Revolution]2

2013. 6. 19. 05:53 from 소설들/O오리지널


<아카데미에 도착했습니다. 현재 시속 15km을 유지하며 주차장으로 이동 중입니다. 지금 일어나시는 것을 권합니다.>

“귀찮아….”

<뇌에 원활한 산소공급이 안 되는 것으로 판단되어 산소의 농도를 높이겠습니다. 내부의 온도가 잠을 깨기에 적당한 온도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어 온도를 내리겠습니다.>

“잠깐, 누굴 죽이려고 그러는 거야. 일어나면 될 거 아냐.”

<진작 일어나주셨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거 아닙니까.>

“좀 더 부드럽게 깨우는 방법도 있잖아.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겠어?”

<전 은월님이 이거 이외에 부드럽게 해서 깬 케이스를 얻지 못해서 말이죠. 다음엔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겠습니다. 시트로 부드럽게 목을 조르는 건 어떠세요?>

“너… 나한테 무슨 악감정이 있는 거야….”

질렸다는 표정으로 플라잉에서 내려서자 자동으로 플라잉의 시동이 꺼지며 주차공간에 얌전히 줄을 맞춰 주차된다. 옛날 같으면 차키라는 것으로 문을 잠가야 했겠지만 플라잉은 딱 그 사람을 위해 단 한 대로 제작되는 절대물건이기 때문에 도난당할 일 자체가 없다. 팔아봤자 잃어버린 사람이 신고를 내버리면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 아무나 여기저기 플라잉을 두기도 하는데 만약 그게 경찰에게 걸릴 시 불법주차로 간주되어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된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플라잉은 워낙 시스템이 좋아서 주차장 아닌 곳은 시동이 꺼지지도 않는다.

주차공간을 빠져나가며 다른 플라잉이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일찍 나오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다 지금이 그렇게 이른 시간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정규 수업은 10시부터 시작한다지만 7시 반을 지나고 있는 이 시간엔 분명히 아침형 사람들은 대낮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걸 자신의 친구에게 직접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은 확실히 말하건대 아침형 인간은 못된다. 일찍 일어나면 낮잠으로 그만큼을 채워야 하는 타입인 것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서 도서관으로 향한 뒤 전에도 읽던 책을 꺼내 다시 이동했다. 그리고 한 우주정거장에서 볼 법한 객실의 두꺼운 금속의 문 앞에 서서 옆에 버튼을 누르자 문이 양옆으로 열렸다. 정말 기계적인 느낌이 물씬 드는 방에 들어서니 등 뒤에 열려있는 문이 저절로 닫힌다. 몸을 돌려 커다란 모니터에 있는 버튼들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테마 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떤 모드를 원하십니까?>

<휴식모드를 선택하셨습니다. 풍경은 어떤 모드를 원하십니까?>

<숲속 정원 모드를 선택하셨습니다. 원하시는 세부적인 디테일이 있으신 경우 선택해주세요.>

<150년 된 버드나무를 추가하셨습니다. 원하시는 버드나무의 세부적인 디테일이 있으신 경우 드래그해서 모양을 바꿔주세요.>

<그 이외의 필요한 것은 없으십니까?>

<지금 선택하신 모드를 방 내부에 인스톨하고 있습니다.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인스톨이 끝났습니다. 이제부터 자유롭게 움직이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뒤를 돌아보자 기계 느낌이 물씬 들던 방은 어느새 잘 손질되어있는 숲속 내부로 바뀌어 있었다. 홀로그램이라지만 사람이 직접 만지고 느낄 수도 있는 물질로 구성되어있어 나무를 만지면 나무의 느낌이, 풀을 만지면 풀의 느낌이 그대로 손 안에 느껴졌다. 책을 옆에 끼고 추가로 선택한 버드나무의 굵은 가지가 옆으로 늘어진 곳으로 올라갔다. 홀로그램이라고 해서 꼭 옛날처럼 불안정한 화면으로 뜨는 건 아니다. 지금처럼 완벽하게 재질과 강도를 표현할 수도 있어서 만약 풍경을 도시로 선택했다면 도시의 질감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 강도를 개인이 원하는 대로 조절도 할 수 있는데 이게 다 신소재를 발견하고 조합해서 만들어낸 과학의 결과물이다. 새삼 과학의 위대함을 깨달으며 넓은 가지에 드러누워 책을 펼쳤다. 사실 플레이어로 책을 띄워 보는 방법도 있지만 자신은 종이책과 전자책 중에서 직접 넘기는 아날로그적인 종이책을 선호하는 타입이라 좀 더 움직이더라도 종이책이 있다면 종이책으로 책을 읽는 타입이었다. 종이책이 눈이 더 나빠지는지 전자책이 눈이 더 나빠지는지는 아직도 답을 내지 못한 토론 중 하나였지만 어차피 둘 다 눈을 써서 나빠진다면 원하는 대로 읽는 게 낫다. 주인공이 피를 흘리며 시답잖은 개그를 치는걸 보고 잠시 피식 웃어줬다가 옆에 있는 사람이 주인공의 멱을 잡고 주먹을 날리는 장면에서 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우와 다친 델 때리냐. 안 죽을 놈도 죽겠네 저거.


'소설들 > O오리지널' 카테고리의 다른 글

[(BL)주세요(가제)]1  (0) 2013.06.19
[(BL)호가호위]1  (0) 2013.06.19
[Revolution]1  (0) 2013.06.19
[Revolution]Intro  (0) 2013.06.19
[물의아이]2  (0) 2013.06.19
Posted by ::Hyeon:: :

[Revolution]1

2013. 6. 19. 05:52 from 소설들/O오리지널


아, 옛날 꿈을 꿔버렸다.

매번 정신 훈련을 하는 자신이 자각몽이나 예지몽이 아닌 평범한 꿈을 꾸었다는 것에 조금 놀라며 천천히 일어났다. 하긴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꿈이라니, 그것도 평범하진 않은 건가.

“지금이 몇 시지.”

<5시 47분 32초를 지나고 있습니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아. 정말 그러네. 더 자고 싶은데.”

<더 자면 분명히 지각하실 거니까 안 됩니다.>

“지각? 오늘 무슨 일이 있던가?”

<오늘은 아카데미에 가는 날입니다.>

“아, 아아아아. 기억났다. 고마워.”

침대에서 일어나며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한다. 침대의 옆에서 기계 팔이 뻗어 나와 자동적으로 침대의 시트를 벗기며 세탁기로 옮긴다. 하루에 한 번씩 저렇게 시트를 세탁하는 건 낭비라고 생각되지만 위생관리법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에게 투덜거려봤자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 걸 깨달으며 샤워실로 들어갔다.

<한 달에 세 번밖에 안가는 날은 좀 기억해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만.>

“내가 굳이 기억하려 안 들어도 네가 다 알아서 챙겨주잖아? 괜찮아.”

입안을 헹구며 프로그램의 투덜거림에 대답한다. 어디서든 어떤 방향에서든 자신의 말이 들리고 거기에 대한 응답이 들려온다는 것은 자신을 항상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모드를 오프로 해놓으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만 그럼 자신의 생활을 제대로 관리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일이 없다면 작동하도록 하고 있다.

<저는 안 괜찮습니다만.>

“프로그램이 의지 하나는 확실하네. 가서 별로 하는 것도 없는데 땡땡이치면 안 되나?”

<글쎄요. 그러기엔 아마 아카데미에서 당신에게 줄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만.>

“난! 학생이라고! 그런데 왜 나에게 그런 일을 시키는 거지?”

샤워 부스에서 팔을 뻗어 버튼 몇 개를 누르면서 역으로 투덜거린다. 벽에서 기계가 나와 정교하게 온몸에 비누칠을 하고 머리를 감겨준다. 물 온도를 적당히 조절하고 서 있으려니 경고음이 조용히 들린다. 눈을 감고 입을 다물어주세요. 물을 아낀답시고 위에서 물이 한 번에 잔뜩 퍼부어진다. 정신 차리는 데는 도움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도대체 어디에서 물이 아껴진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이 뒤에 젖은 수건으로 꼼꼼히 한 번 더 몸을 닦고 마른 수건과 바람이 머리와 온몸을 닦으며 말린다. 바디로션은 참아 줘. 안됩니다.

<당신이 엘리트라서 그렇겠죠.>

“시답잖은 농담인 것 같은데 그거.”

특별위원을 상징하는 하얀 제복풍의 교복을 입고 안경을 쓰면서 오늘 아침은 간단하게 해줘. 라고 말한다. 간단하게란 게 어떤 건가요. 라고 다시 물어오는 바람에 토스트와 우유라고 대답한다.

우유는 바나나 우유 없어? 없습니다. 좀 구비해두면 안될까. 성장기인 당신은 아직 한참 커야 하므로 흰 우유를 권장합니다. 엑. 싫어. 그럼 비타민제랑 영양제나 좀 제대로 섭취하시던가요. 난 내 키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이 지금 예전에 한참 유행하던 루저라는 건 아십니까. 알게 뭐야 난 평생 혼자 살 거라고. 역시나 시답잖은 농담을 나누며 식탁에 앉아 토스트를 집어 든다. 먹는 동안은 대화가 잠시 끊긴다.

“지금이 몇 시지?”

<몇 시일까요. 맞추시면 상품은 없습니다.>

“모르니까 물어보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는데 말이지. 일단은 6시 20분쯤?”

<정말 대충 대답하시네요. 6시 24분 54초를 지나고 있습니다.>

“근사치 아니야?”

투명한 유리잔에 잔뜩 따라져있는 우유를 집어 들면서 묻는다. 무슨 대화를 하던 간에 일단 대화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인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서로의 대화조차 메시지로 날려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입을 사용하는 경우는 먹는 것 이외에는 잘 없으니까.

<저는 플러스마이너스 1분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은월님의 기준이 어떤지 모르니까 그냥 근사치라고 하죠.>

“관대한 배려 고마워.”

<별말씀을. 플라잉 준비시킬까요?>

“응. 어차피 여기 있어도 할 일도 없고. 아카데미에 가서 천천히 시간이나 때울래.”

간단한 아침식사를 끝내고 양치를 대신하는 물을 마신다. 사람은 정말 귀찮은걸 싫어하는 덕분에 쓸데없는 부분에서 편리하단 생각을 거의 매일 하게 된다.

수업 준비 같은 건 거의 쓸모없는 일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만 챙기고 밖으로 나섰다. 초승달 모양의 깔끔한 흑색 플라잉이 자신이 타는 걸 기다리며 둥둥 떠 있다.

“왜 내 것은 초승달 모양일까.”

<사람의 특성에 맞춘 플라잉이니 어쩔 수 없죠. 재제작을 바라신다고 해도 같은 디자인으로 나올 겁니다. 불만이셔도 별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은월님은 어울리는 편 아닙니까.>

팔목에 부착한 플레이어에서 집안에 나오던 목소리와 똑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니 다른 사람처럼 심플하게 타원 같은 것도 있잖아.”

<그래도 은월님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거잖습니까. 타원은 눕지 못해서 불편하다고 하실 땐 언제고. 정 뭣하면 타원모양 플라잉을 구입해드릴까요?>

“이럴 때만 빠르지 말고 부디 바나나 우유를 구하는 데도 적극적이었으면 좋겠어.”

플라잉에 올라타 아카데미라고 짧게 목적지를 말하며 몸을 눕혔다. 겉보기엔 스틸 재질같이 보이지만 정작 올라타면 사람의 몸에 맞게 모양이 변형되며 푹신한 느낌도 들어 디자인만 빼면 자신의 플라잉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은근히 넓기도 하고. 속도가 빨라지면서 바람을 막기 위한 투명한 막이 캡슐처럼 플라잉을 둘러싼다.

<전 은월님이 좀 더 자신의 키에 적극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왜 그렇게 키에 집착하는 거야.”

웃음기를 머금은 말투로 중얼거리자 플레이어에서 당당한 말투의 대답이 돌아온다.

<이게 부모 마음이라는 겁니다.>

“우와 이젠 부모 노릇까지 하려고 하네. 보호자라는 것까진 이해하겠지만 부모는 좀 너무 나간 거 아니야?”

<은월님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챙긴다면 제가 부모도 보호자 노릇도 안하겠죠. 저에게 일거리를 너무 주지 말아주세요. 저도 바쁜 프로그램이니까요.>

“바쁜 척까지. 잘 나가네 케이토.”

<세이트입니다. 당신은 제 이 아름다운 목소리가 남성보이스로 들리시나요.>

“아니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그냥 딱 중간인 목소린데? 카이토나 케이토나.”

<잠깐. 세이트라니까요. 카이토는 또 누굽니까. 어제 저 오프시키고 뭐봤어요?>

“야동.”

지나가는 색색의 풍경을 보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저 내역 뒤집니다? 뒤져봐 네 경로로는 안 나올걸. 이번엔 어디신데요. 내 머릿속. 뇌파 검사합니다? 우와 프라이버시 침해 쩔어. 이 주인 자식이. 이젠 프로그램이 막말까지 하네. 왜 이러세요. 요즘은 프로그램권도 있다는 거 모르시나요. 그래봤자 인권이 더 높아 덤비지 마. 그전에 미성년자가 야동 봤다는 건 뭐라 안 하는 거냐. 이미 알거 다 아는 사이에 뭘요. 범죄는 2D에서만, 아시죠? 가볍게 안부 묻듯이 던지는 말인 것 같은데 주고받는 내용이 험하다. 그래도 욱하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늘 이렇게 농담을 하기 때문이랄까.

등을 플라잉에 쭉 기대며 밀자 등에 맞닿아 있는 플라잉의 구조가 바뀌며 몸이 깊이 파묻어졌다.

<주무시게요?>

“응. 도착하면 깨워줘.”

<그럼 23분 33초 뒤에 깨워드리겠습니다. 편히 주무세요.>

'소설들 > O오리지널' 카테고리의 다른 글

[(BL)호가호위]1  (0) 2013.06.19
[Revolution]2  (0) 2013.06.19
[Revolution]Intro  (0) 2013.06.19
[물의아이]2  (0) 2013.06.19
[물의아이]1  (0) 2013.06.19
Posted by ::Hye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