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동료애가 무엇이길래 그가 불안에 떠는것 자체가 맘에 들지 않았다. 사람이 무른것에 있어서 그는10년 전이나 10년 후나 변한것이 없었다. 적어도 마피아라는 곳-그것도 마피아계의 정상인 봉고레의-의 보스의 위치에 올랐다면 조금은 성장해주는게 예의가 아닐까싶을 정도로 그는 물러터진 초식동물이였다. 애석하게도 자신은 그런 초식동물의 모습이 매력적이게 느껴진 사람들 중 한사람으로서 조용히 뒤에서 그를 바라볼뿐이였다.
Hibari Kyoya X Sawada Tsunayoshi
히바리 쿄야 X 사와다 츠나요시
서투르다
① 일 따위에 익숙하지 못하여 다루기에 설다.
② 전에 만난 적이 없어 어색하다.
③ 생각이나 감정 따위가 어색하고 서먹서먹하다.
Written by. 묘밍
To. 현 Hyeon
기분나쁠정도의 비릿한 피냄새가 코 끝을 맴돌았다. 정작 정장에 묻은 피들은 개의치 않아하면서 톤파에 끈적하게 달라붙은 피들을 보며 혀를 두어번 찼다. 임무다운 임무를 줬으면하는 심정으로 쓰러진 사람들 사이로 유유히 호화로운 호텔을 빠져나왔다.호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쿠사카베가 한가로이 나오는 히바리를 따라 나가며 평소보다 다급해보이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다음 스케쥴은 이탈리아에 있는 우조 패밀리의 보스와 미팅이 잡혀있습니다."
"ㅡ흐응? 어째 일본본부와는 점점 멀어지는 지역의 임무만 맡는 느낌은 내 착각인가?"
코웃음을 치며 쿠사카베를 향해 의문아닌 의문을 내던졌더니 쿠사카베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체 그저 고개만 숙일뿐이였다. 이것으로 벌써 3주째, 해외로의 임무가 반복되고 또 반복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쿠사카베의 말은 점점 줄어들어만 갔고, 본부로부터의 연락도 오래전부터 두절이였다. 왠만하면 먼저 두절시키는쪽은 히바리쪽이였는데 어느샌가부터 본부쪽에서 먼저 연락을 두절내버리다니. 분명 이건 봉고레 10대 보스의 짓일 터. 무슨일이 생긴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스런 생각 이전에 이거 원 짤린건가 싶으면서도 끊임없이 들어오는 해외임무에 히바리는 화를 꾹꾹 눌러 참고 있었다. 츠나요시.....하며 이를 바득 갈던 히바리가 얌전히 쿠사카베에게 이탈리아행 비행키표를 받아들곤 쿠사카베를 먼저 돌려보냈다.
사치스러움이 느껴질 정도의 화려한 호텔의 미리 예약해둔 방으로 향했다. 분명 싱글을 부탁했을터인데 한눈에도 신혼부부가 눕기에 안성맞춤일것 같은 침대가 떡하니 있는 방을 내주다니, 이것저것 따질까하다가 그런것에 신경쓰느라 소모되는 체력이 아까워 그만두기로 했다. 침대에 누우니 역시나 남고도 남아도는 공간에 공허함을 느껴졌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치미는군, 초식동물."
자신에게 와달라 구애를 펼칠땐 언제고 용기를 내 다가가려하니 밀쳐내는게 지금의 현실이었다. 이렇게 해외임무의 찬밥신세를 보나 끊겨버린 연락을 보아하니 정말 제대로 자신을 떼어낼 생각인 듯 했지만 그건 그거대로 아닌것 같기도 했다. 아닌가? 그냥 밀어내기위한 구실인걸까? 하면서도 이제까지 해온 애정행각을 살펴보면 또 그런것도 아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도중 저도 모르게 훗하고 실소를 내뱉었가. 어이가 없어서, 정말이지.
"동물을 다루는법에 서툰걸지도."
어느샌가부터 어깨위로 날아와 새근새근 잠든 히버드를 보며 히바리는 중얼거렸다. 서툴다라, 그래 서투르다라는 감정. 사와다 츠나요시와 히바리 쿄야의 관계에 애정이라는 감정이 2%있었다면 서투르다라는 감정은 98%. 애정으로 시작하고 10년이 지났지만 서로가 서로를 다루는 법을 너무 몰랐기에 조금씩 들어선 서투르다라는 감정이 애정의 모자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걸지도 모른다. 아아, 모르겠다. 어찌됬든 화가 나는건 화가 나는거다.
[푸르게 펼쳐진 나미모리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보통이 좋아~]
언제 들어도 신나는 벨소리와 함께 뜨는 발신자의 이름에 히바리는 미간을 구겼다. 딱히 전화걸기를 바래왔던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게 아니라고 자기합리화를 시도하며 거칠게 폴더를 열고선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지? 본부쪽에선 나한테 전혀 관심이 없는것 같았는데."
[시끄러워, 종달새녀석. 너무 그렇게 불쾌하다는 목소리 내지마. 10대째의 말씀이라서 그러니깐.]
"....와오, 예상대로 초식동물녀석이 주범이였군. 그럼 대타로 사사가와 녀석을 보내줬으면 하는데. 본부에 가야 겠거든."
[미안하지만 그건 곤란해. 봉고레 본부에 10대째 명령이 내려졌거든. 네녀석을 본부로부터 오지 못하도록 막으라는 명령말이지. 네녀석이 불쌍해서 하는 연락이니 괜히 심통부리면서 본부에 쳐들어오지 말았으면 하거든. 그러니 한동안 더 수고하도록 해.]
수화음이 끊기고 목이 바싹 타는듯한 느낌에 물을 한모금 마셨다. 오지말라고? 아예 명령까지 내렸다고? 대놓고 건들지 말라는 표시를 하는건가, 아니면 자신을 좀 더 강하게 붙잡아 달라는 메세지인걸까. 흥미로운 먹잇감을 발견한 육식동물의 미소를 지은 히바리가 전화기를 들었다.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메일로 먼저 왔던 무조건 해야만 하는 협상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다 어이없는 웃음만 터뜨릴뿐이였다. 협상하러 오라는것이 아니라 아예 제 손에 죽으러 오십시요하는셈의 메일 내용이 눈에서 떠나가지를 못했다. 만약 이걸 히바리씨가 봤으면 이성을 잃지 않는 히바리라도 당장 밀피오레인지 뭔지를 물어죽이고 오겠다며 이를 갈 모습이 눈에 훤했기에 그를 본부로 들여올수가 없었다. 반전으로 아예 신경쓰지 않을지도? 하고 생각해보지만 그럴리가. 보스가 죽으러 가는데 그 누가 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다 그는 그럴지도. 아니야, 그도 이성을 잃..... 아아,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거 어디에서 많이 본것 같은데. 츠나는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똑똑- 누군가의 노크소리가 적막한 츠나의 방을 울려 메웠다.
"......츠나-! 안에 있어?"
"......타케시!"
차와 과자를 장미장식이 그려진 쟁반위에 들고 온 야마모토를 반갑게 방 안으로 들였다. 고쿠데라와 같이 오려 했지만 등짝을 팡팡 때리며 혼자 들어가라는 고쿠데라의 타박에 혼자 왔다고. 차와 과자 역시 고쿠데라가 차려준걸 가져가라길래 가져온것 뿐이라고 야마모토가 덧붙여 말했다. 아마도 고쿠데라는 츠나, 널 볼 면목이 없는 모양이야.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한가봐. 나도 마찬가지지만."
"흐아, 그렇게 미안해할 필요 없는데."
"내일 모레가 협상날이랬나? 잘됬으면 좋겠다."
문어모양의 과자를 집어들어 한 입 베어문 야마모토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메일의 내용을 아는 자는 츠나 자신 한사람뿐.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혼자뿐이라는 미묘한 감정이 씁쓸했다. 야마모토를 따라 다른 의미로 씁쓸하게 웃으며 츠나도 과자 하나를 집어들어 베어물었다. 히버드모양의 과자라, 속으로 키득키득 웃으며 히버드모양의 과자만 쏙쏙 골라 먹었다. 달다, 그의 향기만큼이나 단맛이 났다.
"타케시, 사실....."
"응?"
".......아니, 이 과자 모양들 귀엽다."
그들과의 협상에 대한 결심이 확고히 서지 않았기에 야마모토에게 조언을 구해볼까 생각했었지만 그 생각은 금방 접어야만 했다. 그에게만 이 커다란 비밀을 나눠줄 수가 없었다. 이거 고쿠데라랑 람보랑 열심히 만든거야. 예나 지금이나 변치않은 웃음을 지으며 쓸데없는 말 하나하나에 대답해주는 야마모토에게 괜시리 미안해졌다. 시간이 꽤나 많이 흘러서야 야마모토는 소파에서 일어나 편히 쉬라는 말과 함께 웃으며 나가버렸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초조해지는 표정이 보였던 것일까, 혼자있게 해주는 행동은. 오히려 수호자들의 그런 배려때문에 미안해 방에 가만히 틀어박혀 있을수가 없었다. 시간이 꽤나 흐른 현재 시각 고쿠데라는 마저 남은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을테고, 야마모토와 람보는 일찍이 잠을 자고 있을것이다. 그럼 숨도 돌릴겸...
"밤 산책이라."
죽기전 밤 산책도 나쁘지는 않을것 같았다.
달빛이 유난히 하얀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 처음으로 여유로움을 느끼며 찬찬히 달을 본 적이 처음인지라 이렇게 하얀 줄 몰랐던것일지도.
"뭘 결심할 수 있단 거지."
옅은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갸웃했다. 봉고레를 지켜야 한다. 동료들을 지켜내야 한다. 설령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모두를 살려야한다는 의무. 누군가 츠나에게 이건 이렇게 해야해!하고 명령을 내려준것은 아니다. 필시 그건 제가 정한 자신의 의무일뿐. 아무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지극히 순수한 이기심에서 나오는 희망사항. 그것을 위한 댓가는 확실히 필요했다.
"목숨정도야 내줄순 있지만, 그 뒤가 걱정이네ㅡ 과연 그들이 내가 세상을 뜬 후에 봉고레를 건들지 않건들지는...."
"거짓말이 여전히 서툴군, 너는."
검은색이 지독히도 어울리는 남자의 저음이 귀를 간지럽혔다. 그의 목소리덕에 돌처럼 굳어버린 몸을 천천히 움직여 뒤를 돌아보았다. 바보같이 이 남자를 너무 얕본것인걸까. 좀 더 멀리 보내버릴걸 그랬다.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오랜만에 보는 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ㅡ 오랜만이네요. 입꼬리를 힘겹게 올리며 그를 향해 웃어보았다. 히바리는 그런 츠나가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는지 실소를 내뿜었다. 그리고 또 어디에서 나오는건지 모를 톤파가 츠나의 얼굴을 가격했다.
"읏.....! ..........무슨....!"
화를 낼까 하다가 히바리가 바닥을 뒹구는 저에게 다가와 입가에 묻은 피를 날름 햝아데는 덕에 화를 낼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속으로 이를 갈다가 에라이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츠나는 자신의 등 뒤를 지탱해주고 있는 나무에 편히 기대었다. 자신에게 조금 떨어진곳에 묵묵히 서있던 히바리가 츠나의 옆으로 다가와 털썩 주저 앉았다. 으앗-! 히바리씨, 기모노 더러워져요! 저를 걱정해주는 말따윈 코로도 듣지 않는 히바리의 태도에 츠나는 두손두발 다 들고 말았다.
"...히바리씨는 해외 임무 중 아니였나요?"
"사사가와녀석에게 제껴놓았어. 초식동물, 네 녀석이 뭘 꾸미는지 당최 알수가 없어서."
"헤에- 걱정해주신 거에요?"
"물어죽이러 온거니 걱정마."
"무드없는 남자네요. 히바리씨! 자고로 남자는 이럴때 '널 지키러 온거다!'하고 당당히 말해야 상대가 반하는거라구요."
"하지만 이런면에 네가 반한거 아닌가?"
"우와.....못됐다.....정곡을 찔렀어....그런데 이 시간엔 왠일로...."
"밤 산책."
"어!! 저도 밤 산책 중이였는데!!"
뭐가 그리 좋다가 실실 웃는것일까. 제 앞길도 제대로 하지 못할것만 같은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츠나에게 히바리는 속에서 삭히고 있던 화가 꿈틀거렸다. 아까 츠나의 혼잣말대로라면 자신의 운명이 곧 다함을 뜻할터인데 왜이렇게 사람이 실없이 웃기만 하는것인지, 정말 물러터진 초식동물이였다. 화를 한번 더 삭히고 히바리가 입을 열었다.
"이런 밤 산책중에 무슨 결심을 한다는거지?"
"..........제 말 들으셨어요?"
"질문하는쪽은 이쪽이야. 내 질문에만 대답해주었으면 좋겠군."
"들으셨구나......."
"빨리 대답하지 않으면 물어죽..."
"...나 죽으러 가는거 들으셨구나."
움찔- 히바리의 몸이 들썩였다. 미리 그의 방에 들어가 밀피오레로부터 온 메일을 확인하고도 설마설마했지만 정말이였다. 추측하고 있던 생각이 현실이 되니 끔찍하고 절망적이였다. 어이가 없어 코웃음만 나올뿐이였다. 히바리가 눈을 내리깔며 애써 이성을 찾으려 애를 썼다.
"밀피오레에게서 온 메일은 이미 봤다. 네 입에서 나오는 죽으러 간다는 얘기는 협상을 하러 가겠단 소린가?"
"....10년전까지만해도 모르겠지만 지금 전 봉고레의 보스니깐. 동료들을 지켜야하니깐. .......히바리씨를 지켜야하니깐. 그래서 저는 당연히 갈 뿐이에요. 당연한 일을 하는 거라 생각해요."
"약한 초식동물 주제에 거길 가면 살아 나올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건가?"
또다시 정곡을 찌르는 히바리의 말에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빙그레 웃을뿐이였다. 울음소리조차 내지 않고 조용히 눈물을 뚝뚝 흘리며 웃고 있는 츠나의 모습에 치가 떨렸다. 정말 무르다. 물러터졌다. 그리고 그런 무른 그를 대하는 자신의 서투른 행동이 미웠다. 서툴게 기모노의 소맷자락으로 그의 얼굴을 적셔놓은 눈물을 닦아주었더니 물러터진 초식동물은 더욱 환하게 웃어버린다. 애써 울음을 참으려는 그의 등을 토닥이니 쉴새없이 츠나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밤이 차다. 차디찬 밤공기에 어느새 서툰 감정이 묻혀지는 느낌이 들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