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olution]2

2013. 6. 19. 05:53 from 소설들/O오리지널


<아카데미에 도착했습니다. 현재 시속 15km을 유지하며 주차장으로 이동 중입니다. 지금 일어나시는 것을 권합니다.>

“귀찮아….”

<뇌에 원활한 산소공급이 안 되는 것으로 판단되어 산소의 농도를 높이겠습니다. 내부의 온도가 잠을 깨기에 적당한 온도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어 온도를 내리겠습니다.>

“잠깐, 누굴 죽이려고 그러는 거야. 일어나면 될 거 아냐.”

<진작 일어나주셨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거 아닙니까.>

“좀 더 부드럽게 깨우는 방법도 있잖아.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겠어?”

<전 은월님이 이거 이외에 부드럽게 해서 깬 케이스를 얻지 못해서 말이죠. 다음엔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겠습니다. 시트로 부드럽게 목을 조르는 건 어떠세요?>

“너… 나한테 무슨 악감정이 있는 거야….”

질렸다는 표정으로 플라잉에서 내려서자 자동으로 플라잉의 시동이 꺼지며 주차공간에 얌전히 줄을 맞춰 주차된다. 옛날 같으면 차키라는 것으로 문을 잠가야 했겠지만 플라잉은 딱 그 사람을 위해 단 한 대로 제작되는 절대물건이기 때문에 도난당할 일 자체가 없다. 팔아봤자 잃어버린 사람이 신고를 내버리면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 아무나 여기저기 플라잉을 두기도 하는데 만약 그게 경찰에게 걸릴 시 불법주차로 간주되어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된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플라잉은 워낙 시스템이 좋아서 주차장 아닌 곳은 시동이 꺼지지도 않는다.

주차공간을 빠져나가며 다른 플라잉이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일찍 나오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다 지금이 그렇게 이른 시간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정규 수업은 10시부터 시작한다지만 7시 반을 지나고 있는 이 시간엔 분명히 아침형 사람들은 대낮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걸 자신의 친구에게 직접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은 확실히 말하건대 아침형 인간은 못된다. 일찍 일어나면 낮잠으로 그만큼을 채워야 하는 타입인 것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서 도서관으로 향한 뒤 전에도 읽던 책을 꺼내 다시 이동했다. 그리고 한 우주정거장에서 볼 법한 객실의 두꺼운 금속의 문 앞에 서서 옆에 버튼을 누르자 문이 양옆으로 열렸다. 정말 기계적인 느낌이 물씬 드는 방에 들어서니 등 뒤에 열려있는 문이 저절로 닫힌다. 몸을 돌려 커다란 모니터에 있는 버튼들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테마 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떤 모드를 원하십니까?>

<휴식모드를 선택하셨습니다. 풍경은 어떤 모드를 원하십니까?>

<숲속 정원 모드를 선택하셨습니다. 원하시는 세부적인 디테일이 있으신 경우 선택해주세요.>

<150년 된 버드나무를 추가하셨습니다. 원하시는 버드나무의 세부적인 디테일이 있으신 경우 드래그해서 모양을 바꿔주세요.>

<그 이외의 필요한 것은 없으십니까?>

<지금 선택하신 모드를 방 내부에 인스톨하고 있습니다.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인스톨이 끝났습니다. 이제부터 자유롭게 움직이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뒤를 돌아보자 기계 느낌이 물씬 들던 방은 어느새 잘 손질되어있는 숲속 내부로 바뀌어 있었다. 홀로그램이라지만 사람이 직접 만지고 느낄 수도 있는 물질로 구성되어있어 나무를 만지면 나무의 느낌이, 풀을 만지면 풀의 느낌이 그대로 손 안에 느껴졌다. 책을 옆에 끼고 추가로 선택한 버드나무의 굵은 가지가 옆으로 늘어진 곳으로 올라갔다. 홀로그램이라고 해서 꼭 옛날처럼 불안정한 화면으로 뜨는 건 아니다. 지금처럼 완벽하게 재질과 강도를 표현할 수도 있어서 만약 풍경을 도시로 선택했다면 도시의 질감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 강도를 개인이 원하는 대로 조절도 할 수 있는데 이게 다 신소재를 발견하고 조합해서 만들어낸 과학의 결과물이다. 새삼 과학의 위대함을 깨달으며 넓은 가지에 드러누워 책을 펼쳤다. 사실 플레이어로 책을 띄워 보는 방법도 있지만 자신은 종이책과 전자책 중에서 직접 넘기는 아날로그적인 종이책을 선호하는 타입이라 좀 더 움직이더라도 종이책이 있다면 종이책으로 책을 읽는 타입이었다. 종이책이 눈이 더 나빠지는지 전자책이 눈이 더 나빠지는지는 아직도 답을 내지 못한 토론 중 하나였지만 어차피 둘 다 눈을 써서 나빠진다면 원하는 대로 읽는 게 낫다. 주인공이 피를 흘리며 시답잖은 개그를 치는걸 보고 잠시 피식 웃어줬다가 옆에 있는 사람이 주인공의 멱을 잡고 주먹을 날리는 장면에서 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우와 다친 델 때리냐. 안 죽을 놈도 죽겠네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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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yeon:: :